국가보안법(국보법)은 1948년 제정된 이래 7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 법이 국가 안보 수호의 ‘최후 보루’라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권을 억압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이라며 강력히 비판합니다. 이 글은 이 오랜 논쟁의 배경, 폐지론과 존속론의 핵심 논거, 그리고 주요 쟁점 조항들을 균형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70년 논쟁: 국가보안법 존폐를 둘러싼 충돌의 배경
국가보안법(국보법)은 1948년 제정 후 70여년간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첨예한 쟁점입니다. 일각에선 국가 안보 수호의 ‘최후 보루’라 주장하고, 다른 편에선 인권을 억압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이라 비판합니다. 본 글은 이 논쟁의 배경, 폐지론과 존속론의 핵심 논거, 그리고 주요 쟁점 조항들을 균형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인권 침해 ‘악법’ 비판: 폐지론자들이 제기하는 핵심 문제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법의 본질적인 모호성과 광범위한 해석 가능성을 가장 크게 문제 삼습니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의 핵심 조항들이 정의가 불명확하여,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정치적 탄압 도구로 오용된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들은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한국 민주화의 진전을 고려할 때 법의 독소조항은 더 이상 민주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헌법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민주적 기본권 침해의 구체적 쟁점
- 사상/양심의 자유 억압: 단순한 이념적 동조나 비판적 학술 연구까지 처벌하는 ‘고무·찬양’ 조항은 사상의 자유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합니다.
- 표현의 자유 과잉 제한: 통일 논의, 사회주의 연구, 예술 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건전한 사회적 담론 형성이 불필요하게 위축되는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 중복 처벌 가능성: 간첩죄, 내란죄, 외환죄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이미 형법 및 다른 개별법상 충분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 국보법 존속의 실질적인 필요성이 없습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나 유엔 인권이사회 등 주요 국제 인권 기구들은 한국 정부에 국보법의 전면적인 폐지 또는 개정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강력히 권고해왔습니다. 이는 법의 존재 자체가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안보의 최후 보루: 존속론이 강조하는 특수한 법적 역할
존속론은 대한민국의 독특한 현실, 즉 북한과의 정전 상태를 최우선적 근거로 삼으며, 이 법을 체제 수호를 위한 헌법적 방어 규범으로 봅니다.
국보법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북한의 비정규적인 간첩 활동, 대남 선전·선동, 내부 혼란 조장에 대응할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법적 기반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일반 형법으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반국가단체’의 규율과 국가 기밀 유출을 봉쇄하는 최후의 법적 방패로 작용한다는 논리입니다.
폐지 시 예상되는 심각한 안보 공백
만약 국보법이 폐지되면 대공 수사 및 정보 활동의 핵심 근거가 사라져 심각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체 법률이 국보법의 특수성(예: 목적범 규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으며, 핵 위협 고조와 같은 현실적 위험 앞에서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로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첨예한 쟁점 조항: 제7조 ‘찬양·고무’의 논란과 개정 시도
국보법 논쟁의 핵심은 단연 국보법 제7조, 즉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찬양·고무’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및 사상의 자유와 국가의 존립·안전 보장이라는 두 근본 가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입니다.
찬반 양론의 핵심 쟁점 구도
- 폐지론의 근거: 광범위한 해석 가능성으로 인해 학문, 예술, 평화통일 논의까지 위축시키는 ‘사상 검열’의 도구로 악용되어 왔으며, 이는 민주 사회의 기본 원칙에 위배됩니다.
- 존속론의 근거: 현재까지도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국가 체제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서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오용 우려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지속적으로 그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왔습니다. 법원은 해당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판례를 확립하여 오남용 가능성을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찬양·고무’ 대신 ‘선동 및 지령에 따른 활동’ 등으로 대상을 축소하는 개정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제: 안보와 자유, 합리적 대안 모색
국가보안법(국보법) 논쟁은 결국 ‘국가 안보’의 핵심 가치와 ‘개인의 표현의 자유 및 인권’이라는 민주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민주화와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 이 법의 적용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앞으로의 논의는 법의 존폐를 넘어, 실질적인 안보 위협에는 정교하게 대응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형법 등 대체 입법을 통한 합리적 법적 대안과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는 안보와 자유의 균형을 통해 선진 민주 국가의 성숙함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