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은 국가 존립 수호와 국민 기본권 침해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특히 ‘찬양·고무’ 등 법의 불명확한 적용 범위는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와 기본권 침해, 폐지 논의의 핵심 쟁점
폐지론자들은 이미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 등 유사 조항만으로도 충분히 국가 안보를 수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와 유사한 안보 환경을 가졌거나 과거 권위주의적 법률을 개혁한 해외 국가들이 안보와 시민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켰는지 해외 사례 비교 분석은 필수적입니다.
대안 입법을 통한 ‘안보 공백’ 해소: 독일과 캐나다의 명확성 원칙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들은 냉전기 특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면서도 국가 안전을 위한 조항을 일반 형법 체계 내에 명확히 재정비했습니다. 이는 ‘사상 통제’에서 ‘구체적 행위 처벌’로 법 집행의 무게중심을 전환한 사례입니다.
해외의 ‘행위죄’ 중심 안보 법제 재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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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독)
: 나치 시대의 악법 요소를 개혁하며 형법(StGB) §§ 80-101에 ‘국가 위태화 범죄(Staatsschutzdelikte)’를 구체화했습니다. 이는 간첩, 외환 유치 등 *외부 공격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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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냉전기 보안법을 폐지하고 2001년 ‘테러 및 공공 안전법(Anti-terrorism Act)’을 도입했습니다. ‘국가 전복’ 같은 광범위한 개념 대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폭력적 행위의 실행 또는 모의’에 초점을 맞추어 예측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대안 입법들의 공통점은 안보 수단을 유지하되, 처벌 대상을 폭력과 연관된 현실적인 위협 행위로 엄격히 한정하여 법적용의 모호성을 제거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특수 안보 환경 하의 대응: 일본과 대만의 법률 정교화 과정
남북 대치와 유사한 특수한 안보 환경을 가진 국가들의 대응 방식은 한국의 안보법제 재편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탈냉전 이후 민주화와 함께 법률을 정교화한 대만과 포괄적 특별법 없이도 안보를 유지하는 일본의 사례는 법의 존폐가 아닌 ‘정교화’가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대만: ‘반침투법’을 통한 위협의 구체화
대만은 1991년 계엄 해제 이후에도 잔존했던 광범위한 보안법을 민주주의의 성숙과 함께 개정했습니다. 특히 2019년에 제정된 ‘반침투법(反滲透法)’은 그 정교함의 정점입니다. 이 법은 과거 보안법의 모호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외국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를 받은 ‘정치적 헌금, 선거 개입, 집회 시위 활동’ 등 구체적인 침투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엄격히 한정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과거의 광범위한 탄압 논란을 해소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일본: 형법 체계 내 안보 관리의 효율성
일본은 한국처럼 포괄적인 특별 보안법을 두는 대신, 형법 내 외환(外患) 관련 조항과 ‘파괴활동방지법’을 통해 국가 안전을 유지합니다. 이 모델은 특별법 없이도 ‘간첩, 외환 유치, 군사 기밀 누설’ 등 명확한 국가 전복 행위에 대해 형법 체계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이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법적 공백 없이 기존 형법의 정교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강력한 논거로 활용됩니다. 결국, 두 국가의 사례는 법의 존폐 여부보다 위협의 성격에 따라 법률을 얼마나 ‘정교하게 분화하고 특정했는지’가 법제 개편의 핵심 방향임을 시사합니다.
국제 인권 기준과의 조화: 유럽의 사상 통제 법률 폐지 경향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냉전 해체와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에서 사상 통제 성격이 강했던 보안법들을 대거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했습니다. 이는 유엔(UN)과 유럽 인권 재판소(ECHR) 등 국제 인권 기구들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규탄한 결과입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체제를 경험했던 국가들이 법 체계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전환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요 국가의 국가보안법 개혁 사례 요약
- 독일(구 서독):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정치적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며 ‘반헌법적 활동’의 처벌 범위를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 포르투갈 및 스페인: 민주화 이후 정치적 범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분리하고, 안보 이슈를 오직 형법과 테러 관련 특별법으로만 다루도록 법 체계를 전환했습니다.
이들의 법 적용 경향은 ‘국가 존립을 해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을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이들은 처벌의 기준을 ‘추상적인 위험’이 아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에 두어, 불필요한 사상 통제를 지양함으로써 시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경향은 국가보안법의 개정 또는 폐지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한국이 마주한 숙제: 대안 입법과 사법부의 엄격한 해석
앞서 살펴본 해외 사례(독일, 대만 등)는 안보 법제의 근대화가 법 체계 선진화임을 입증합니다. 한국의 숙제는 이 사례들을 바탕으로 대안 입법을 통해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정교한 대체 입법과 사법부의 ‘행위’ 중심 엄격 심사만이 법의 남용을 막고 안보를 확보하는 길입니다.
법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은 모호한 특별법 대신 구체적인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체계 정비와 대안 입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해외 사례 비교표는 안보 유지의 핵심이 ‘포괄적 법률’이 아닌, ‘구체적 행위 처벌’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핵심 내용 정리: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간첩죄 처벌은 불가능해지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국보법)의 폐지는 형법 제98조 ‘간첩죄’의 적용 가능성과는 별개 문제입니다. 형법은 이미 간첩 및 외환죄 등 구체적인 국가의 안전을 해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보법이 없어져도 간첩 행위나 군사 기밀 누설 등의 직접적인 행위는 현행 형법만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합니다. 국보법 폐지의 핵심은 간첩죄 처벌이 아닌, 행위의 구체성 없이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했던 ‘찬양·고무’나 ‘이적단체 구성’과 같은 모호한 조항들을 제거하여,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맞는 법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중에서도 간첩죄 처벌보다는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항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습니다. 실질적인 안보 위협은 이미 형법이 커버하고 있습니다.
Q2: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방 국가에도 유사한 법이 존재하나요? (국가보안법 폐지 해외 사례 비교)
A2: 많은 선진국들은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같이 사상이나 조직 활동 자체를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법률은 폐지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비교해보면, 예를 들어 독일은 통일 이후 구 동독 정권의 잔재였던 ‘반헌법적 조직’ 관련 법규를 대폭 정비했으며, 캐나다 역시 일반 형법 내의 반역, 기밀보호 등의 조항에 의존합니다. 주요 국가들은 광범위한 사상 통제 법률 대신 ‘특정 행위’에 초점을 맞춥니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애국법(Patriot Act)’을 통해 테러 대응을 강화했지만, 이 역시 테러리즘이라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규제이지, 대한민국 국보법의 ‘찬양·고무죄’와 같이 추상적인 표현을 처벌하는 조항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주요 국가의 안보 법제 특징 요약
- 독일: 통일 후 반헌법적 조직 관련 법규를 대폭 축소 및 정비
- 영국: ‘공식 비밀법(Official Secrets Act)’ 등 구체적인 기밀 누설 행위 처벌에 집중
- 미국: ‘애국법’은 테러리즘이라는 구체적 위협 대응에 초점